팬데믹, 그 공포와 희망 – 2009년 신종 플루 유행기를 되돌아보며
2024년 07월 28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서 ‘팬데믹’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낯선 말이 아니다. 전 세계로 확산되어 인류에게 위협적인 감염병 대유행을 일컫는 용어인 팬데믹은 지난 세기에는 1918년 스페인 독감, 1957년 아시아 독감, 1968년 홍콩 독감 등 주로 선진국보다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국가들 사이에서 발생하며 많은 인명 피해를 냈다. 하지만 21세기에 접어들면서 2003년 사스(SARS),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A(H1N1) 그리고 2020년 코로나 19까지 모두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창궐하여 엄청난 사회경제적 파장을 일으켰다. 특히 이번 글에서는 현재까지도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코로나19 바이러스와의 싸움 이전 가장 최근의 팬데믹이었던 2009년 H1N1신종인플루엔자 사태 당시 대한민국 정부 및 국민들이 어떻게 대처했는지 살펴보고 이를 통해 앞으로의 과제 해결 방안 모색해 보도록 하자.
1. 2009년 4월 멕시코발 신종 인플루엔자는 어떤 것이었나?
세계보건기구(WHO) 공식 보고에 따르면 2009년 4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근처 한 마을에서 시작돼 곧 인근 지역으로 번졌으며 5월 초 첫 사망자가 나온 이후 두 달여 만에 지구촌 곳곳으로 전파됐다. 초기에는 돼지로부터 전염된 것으로 추정되었으나 유전자 분석 결과 사람에게서 발견되는 유형이었고 조류독감바이러스와도 일부 유사성을 보였다. 증상은 계절 감기와 비슷했으며 일반적으로 7일 정도면 회복되었다. 다만 노인·임산부·어린이 등 고위험군 환자들은 중증으로 진행될 수 있었고 폐렴 합병증도 우려되었지만 다행히 치사율은 높지 않았다.
2. 한국에서의 최초 발병 사례
한국에선 같은 해 5월 2일 어린이날을 앞두고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 학생 3명이 집단 발열 증세를 보인 뒤 정밀검사 끝에 확진 판정을 받으며 국내 유입 사실이 확인되었고 이어 군부대 장병 65명 중 44명이 한꺼번에 양성 반응을 보이며 보건 당국에도 비상이 걸렸다. 학교 측은 휴교령을 내렸고 학원가는 서둘러 문을 닫았으며 각종 행사나 모임 또한 취소되기 시작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감염 의심 신고 건수가 하루 평균 200건 넘게 접수되고 있다”라고 밝히며 예방 접종 우선순위 결정 기준 마련 검토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3. 범정부 차원의 대응 조치 시행
7월 21일 국가전염병재난단계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 선포되며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장 지위 역시 복지부 차관에서 복지부 장관으로 승격된다. 아울러 백신 생산업체 녹십자 화순공장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조속한 대량생산 주문했고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임상시험 없이 긴급사용 승인 내린다. 항바이러스제 투약 범위 대폭 확대됨으로써 10~18세 청소년뿐 아니라 임신부에게까지 투여 가능해졌다. 이런 신속한 정책 덕분에 당초 11월께로 예상됐던 백신 접종 시기 훨씬 앞당겨진 10월 27일부터 실시할 수 있었다. 전국 253개 보건소 일제히 무료 접종 서비스 개시하였고 군인 대상으로는 군병원에서도 예진 거쳐 자체 접종 이루어졌다. 뿐만 아니라 공항 검역 시스템 강화되었으며 입국자 전원 전화 추적조사 병행하였다.
4. 위기 극복 과정 속 문제점 노출
위기 상황 직면했을 때 각 주체별 역할 매우 중요한데 위급한 순간일수록 혼선 빚거나 갈등 표출되곤 한다. 실제로 교육과학기술부는 타미플루 복용 후 결석해도 출석 인정 방침 밝혔지만 해당 학부모 단체 반대 입장 표명하는가 하면 거점 병원 지정 둘러싸고 지자체와 병의원 마찰 빚어지기도 했다. 언론사마다 제각각 다른 제목 붙이며 혼란 가중시키기도 했는데 일례로 모 일간지 경우 “신종플루 치료제 효과 없다”라는 식 헤드라인 뽑아 의료계 불신 초래하더니 며칠 지나지 않아 정반대 내용 보도함으로써 독자들 비난 샀다. 정치권 입김 작용하거나 특정 이익집단 개입 의혹 논란 일기도 하였다. 이렇게 드러난 한계점 보완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팬데믹 왔을 때 똑같은 실수 반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5. 성공적인 K방역 신화 이뤄낸 요인 무엇일까?
첫째, 컨트롤타워 기능 충실했다는 점 들 수 있다. 본부장 맡은 전재희 복지부 장관 필두로 행정안전부장관, 국무총리실장등 참여한 관계부처 회의 수시로 열며 유기적 협조체제 구축하였으며 일일상황점검회의 주재하면서 현황 파악 및 대책 논의 직접 챙겼다. 둘째, 민간의료기관 적극 동참 이끌어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동네 의원급에서부터 대학병원 이르기까지 자발적 참여 독려 위해 진료비 보험급여 외에 별도 보상금 지급 약속했는가 하면 거점 약국 망라한 당번약국 제도 운영함으로써 접근성 향상 도모한다. 셋째, 진단검사 역량 최대한 끌어올렸다는 부분 눈 여겨봐야 한다. 검사 장비 확보 노력 기울이는 한편 전문 인력 양성에도 힘썼으며 정확도 높은 실시간 RT-PCR 방식 채택함으로써 신뢰도 확보하고자 했다. 넷째, 대국민 홍보 전략 주효했다는 평가다. TV · 신문 · 인터넷 등 활용 다양한 채널 통해 정보 제공하였을 뿐만 아니라 연예인 비롯한 유명 인사들 나서며 손 씻기 운동 펼치는 등 경각심 고취시켰다. 다섯째, 국제사회와의 협력 통한 공동 대응 돋보였다. WHO 비롯 해외 각국과 정보 공유하며 백신 배분 문제 협의 하는가 하면 조기 경보체계 구축 위한 공조체제 유지하였다.
6. 과거 경험 바탕 삼아 미래 대비해야 할 사항 있다면?
먼저 예측 불가능한 재난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평상시 체계적인 방역시스템 구축 필수불가결하다. 관련 법령 정비 비롯해 조직 구성 및 예산 확보 이루어져야 하며 유관 기관 간 원활한 소통 이뤄질 수 있도록 네트워크 형성되어야겠다. 다음으로 과학 기술 발전 힘입어 새로운 형태 바이러스 등장 거듭할수록 기존 패러다임 뛰어넘는 창의적 사고 필요하다. 신약 개발에만 국한시킬 게 아니라 면역치료법이라든가 유전자 가위 기술 응용한 치료법 개발에도 관심 기울여야겠으며 빅데이터 활용한 감염병 예측모델 만들어내는 건 어떨까? 마지막으로 시민의식 함양 더불어 공중보건 교육 강화해야겠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 버리고 개인위생수칙 철저히 준수한다면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을뿐더러 건강한 사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마치며
돌이켜보면 2009년 신종 인프루엔자 사태는 분명 큰 위기였지만 잘 극복해 냄으로써 오히려 도약 기회 삼았다. 물론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이긴 하다. 여전히 변이 일으키며 호시탐탐 우리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초심 잃지 않고 각자 위치에서 최선 다해야만 하겠다.